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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버리기

freax 2008. 2. 10. 21:03
대청소 라고 할것도 없이 내 방은 코딱지 만하지만-_- 새해도 됐겠다(이제서야) 좀 지저분하다 싶어서 대청소를 했다.


집안 어른들은 물건 하나하나도 쉽게 못 버리신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말할것도 없고 아버지나 어머니도 내가 필요 없겠다 싶어 버리려하면 그걸 왜버리냐고 다시 가져오시는 경우가 태반이다. 덕분에 집안은 항상 이것저것 잡기들로 넘쳐난다. 굳이 쓰지도 않으면서 왜 그렇게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어려서 부터 그래서 인지 나는 반대로 왠만하면 다 버리려고 한다. 설사 그 물건이 갑자기 필요하다해도 그 빈도가 낮다면 왠만하면 다 버린다.

그래서 인지 내가 쓰는 물건들의 대부분은 동일한 용도이면 그 갯수는 많아야 2개를 넘지 않는다. 학생이니만큼 펜도 많을법 한데 난 항상 검은색 펜 하나만 들고 다닌다. 형광펜이니, 색깔펜이니 사치라고 생각해 언제나 검정색 펜 하나만 들고 다닌다.

그런 습관 때문에 항상 대청소를 하면 왠만하면 다 버린다. 아깝지 않아서가 아니라 필요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게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다. 덕분에 작은 쓰레기통 하나가 꽉차고 그것도 모자라 좀 큼지막한 종이백 하나를 꽉채워 내놨다.(모르긴 몰라도 내일 할머니나 어머니께서 몇개는 다시 들고 들어오실꺼다-_-)

그렇게 물건을 잘 버리는 나도 유독 못버리는게 있다. 나에게 뭔가 의미있는 물건이라면 남들이 보면 그걸 왜 가지고 있냐 라고 할정도로 쓸데없는것들을 잘 모은다.

대표적으로 영화티켓. 스무살 이후로 본 영화티켓은 전부 가지고 있다. 누구와 봤건간에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냥 기억에 남기고 싶어서 랄까.
또 진짜 쓸데없는 것중 하나가 돈봉투. 태어나서 첫 알바를 하고 첫 월급을 받았던 그 봉투도 가지고 있고 어른들이 주신 돈봉투도 전부 가지고 있다. -_- 좀 심한걸로는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아웃백을 갔다와서 인디언브레드를 싸가지고 왔다. 그래서 그 아이가 그걸 나에게 줬는데 그 인디언브레드가 들어있던 종이팩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_-
또 심하다 싶은건 수능보기전 어떤 여인이 건넨 초코렛 박스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물론 안에 있던 초콜렛도 6년전 그대로 이다-_-
(가끔 생각날때 하나씩 먹는데 6년이나 됐음에도 맛은 그리 이상하지 않다. 내 위를 칭찬해야 하는걸까)


오늘도 청소를 하다보니 이것저것 많이 나왔다. 작년에 감기에 걸려 목이 많이 아플때 할머니가 주신 목캔디, 초등학교때 학교에서 지우개를 파서 도장을 만들었던 것, 아까 말했던 아웃백 빵봉지, 중학교때 붉은악마에 한참 빠져있을때 받았던 붉은 악마 뱃지등등.



오늘은 다 버렸다. 예전처럼 어딘가에 상자를 마련해 차곡차곡 모아두기 보다 그냥 모아서 버렸다. 조금은 지금까지의 나와 좀 달라지고 싶었다랄까.


2008년.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