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영어식 이름에 대해서

Posted 2008. 12. 5. 13:44 by freax
짧지만 한달간의 유럽여행을 가기위해 그런쪽으로 경험이 많은 친구를 만날때였다.
"근데 너 외국가서 니 이름 뭐라고 할꺼야?"

내 이름은 '최창환'이다.

성인 '최'는외국의 발음으로는 '초이'가 되고 왠지 중국인을 연상시킨다. 그렇다고 이름인 '창'은 마찬가지로 '챙'이 되면서 중국인의 느낌이 나고 '환'은 발음하기가 어려운 글자다.

그래서 뭐 잠시나마 생각을 했지만, 뭐 실제로 외국인에게 내 이름을 소개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다. 호스텔 같은 곳에서는 그냥 스펠링으로 불러주면 된다기에 그러려니하고 지나갔다.

실제로 유럽여행중에 대여섯번 정도 사적으로 외국인에게 내 이름을 가르쳐 기회가 있었다.

"I am ChangHwan Choi(챙한 초이)"
그 대여섯명중에서 네다섯명은 발음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초이'라고 부르던가, '챙'이라고 부르라고 했던 기억이있다. 그런데 문제는 나도 그네들 발음을 하기가 어렵다는거다. 한 미국인의 이름은 '뢉(Rob)'이었다. 하지만 한국식 표기로 한다면 분명히 그의 이름은 '롭', 혹은 조금 발음을 굴리면 '랍'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Rob를 가지고 '뢉'이라고 한다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90%는 예상할수 있을것이다.

"오~ 영어 좀 하나본데?"

이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위에서 말했듯이 당연하다. 한국식 표기방식과 영어식 발음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렌지를 어륀지로 하자는건 아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영어 = 잘 사는 나라의 언어', '영어 구사능력 유창 = 유능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영어가 세계 공용어임을 떠나서 단순히 언어vs언어로 봤을 때 한글이 영어보다 우수하면 우수했지 결코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어떤 하나의 언어가 우월하다고 해서 '최'를 '초이'라고 발음해야 하는것 자체가 넌센스다. 우리가 'Robert'를 로버트라고 읽듯이 '최'를 'Choi'라고 쓰는건 영어를 쓰는 사람들의 편의상 그렇게 기록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끼리는 '로버트'라고 하다가도 실제로 'Robert'란 이름의 외국인을 만나면 영어회화를 어느정도 배운 사람들 열에 아홉은 '롸벗'이라고 그의 이름을 불러줄 것이다. 우리도 그들이(영어를 사용하는) 우리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길 바랄 권리가 있는거라고 생각한다. 누구 맘대로 내 부모님이 물려주신 '최'라는 성을 '초이'라고 바꿔 부르는가. 그들도 '롸벗'을 '로버트'라 부를면 굉장히 기분 나빠할거라 생각한다.(여기저기서 본 영화나 드라마의 외국인들을 보면 말이다.)

아주 만약에 외국에서 생활할 일이 나중에 생긴다면 차라리 영어이름을 하나 만들지 절대로 난 '초이 챙핸'이라고 불리워지기는 싫다.

내 이름은 '최창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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