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속이 펑크났다. 일단 어제 약속을 하고 영화를 보려고 오늘 새벽에(토요일 새벽, 금요일 늦은밤) 오늘(토요일) 일어나서 연락을 했다. 연락을 했더니 시간대가 좀 늦어서 그냥 밥이나 같이 먹기로. 삼십분뒤 전화가 왔는데 피치못할 사정으로 다음에 보잔다. 워낙 가까운 친구고 그런거에 개의치 않는 성격이라 알았다고 하고 다음에 보기로 했다.
2.
근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점점 나빠지는거다. 원래 그런거 상관안하는 성격인데다가 약속시간이 다되서야 취소를 알리는 문자만 날리는 녀석도 봐왔고 뭐 그냥 욕 한번 해주고 마는 나였는데 기분이 하염없이 나락으로.
3.
집에서 띵가띵가 하고 있는데 다른 친구녀석에게 문자가 왔다.
친구 : "언제 볼래?"
뭐 언제 오늘 보기라고 한것 처럼 말이다.
나 : "뭔소리야? 오늘 보기로 했냐?"
친구 : "XX랑 오늘 보기로 했잖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약속도 잡았던거고.(1에서 취소됐었던)
그래서 일단 보자고 했다. 조금 뒤에 다시 다른 녀석에게 전화가 오더니 "보쌈먹으러 가자!!"
요새들어 연이은 음주로 술도 안마시려고 했던 차에 가서 안주(대개 술집보다 음식점으로 술을 마시러 가기때문에)나 축내고 와야겠다 싶었던 차에 보쌈이라니. 오늘따라 보쌈이 정말 먹기 싫었다. 평소에 비싸서 못가던 삼겹살집에 가려고 했으나 보쌈이라니..
일단 알았다고는 했는데, 별로 먹기도 싫고 기분도 구린데 나가봤자 분위기만 망칠것 같아서 다시 못나가겠다고 전화를 했다.
4.
30분뒤에 전화가 다시왔다. 귀찮아서 안 받으니 문자가 왔다.
친구 : "XX랑 니네 집앞에 와있다. 나와"
미안해서 그냥 다음에 보자고 존내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내니 이것들이 차끌고 와서는 빵빵거리면서 소리를 지른다-_-
바로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다음에 보자고 사정을 하니까 그제서야 알았다고 돌아가더라.
고마운 샛퀴들.
5.
하여간 기분은 여전히 다운되어 있어서 그냥 뭔가를 좀 해야했다. 나는 기분이 이렇게 거지같을 때마다 '방정리'와 '청소'를 한다. 그래서 어딜 청소해야 싹 둘러보니까 지금껏 안버리고 모아온 박스들.(왜 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얼핏 보니 꽤 많았다.
SONY DJ-700이라고 알고있는 헤드폰
MicroSoft 볼마우스
MicroSoft intelli exploerer 3.0 마우스
PlayStation2 게임기
Adidas predator MANIC 축구화
MACBETH 스니커즈
FRED PERRY 스니커즈
NIKE AirJordan 16 블랙 농구화
정체불명의 컴퓨터용 스피커
Britz b100(이던가?) 스피커
Motorola WIDEMOTO 핸드폰
Motorola RAZR 핸드폰
TOKINA 19-35mm 광각렌즈
40GB 대용량(그 당시) 외장하드
많은거 같으면서도 대개 20살 넘어서 산것들이라 5년동안 크게 지른것만 저 정도니 난 멀어도 한참 멀었음.(내가 안산것도 있음-_-)
치우면서도 지금처럼 '아, 이건 그때 뭘해서 돈을 모아서 어떻게 샀지'라는 추억에 젖어 하나하나 다 까보고 혹시나 안에 뭐가 들었나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버리기 시작.
구석구석 먼지도 다 닦아내고 필요없는 물건들은 집안 창고로 다 몰아내고 대충 마무리하니 두시간정도 지났더라.
깨끗하게 샤워까지 마치고 나니 조금은 기분이 괜찮아 진듯.
6.
내일은 여행사진 싹 정리해서 월요일쯤에 인화맡기러 가야겠다.